기획을 넘긴 마케터는 기획을 시각화하는 디자이너와 협업할 때면 자간 한칸, 어절 단위부터 관점이 다르다는 걸 깨닫는다. 우리가 말한 가독성은 눈에 빡! 인 반면 디자이너에게 가독성은 레이아웃에 딱딱 맞아 전체적으로 모나보이지 않는 미적 부분이다. 레이아웃에 맞추느라 문장이 어색하게 끊어지는 것도 초반엔 많이 신경쓰였다. 정돈된 디자인이 만들어 주는 브랜드 이미지가 있기에 이젠 적당한 타협점을 찾고 있지만.
이번에도 그랬다. 리플렛 하단에 상품 소개가 전개되는데 자칫 복잡해질까봐 메인상품 몇 가지만 선정해 동일 라인별로 묶어서 전개하고자 했다. 하지만 디자이너는 신문 느낌을 더 내고자 모든 상품을 각각 떼어 바둑판 형태로 디자인한 시안을 보여줬다. 우리는 컨셉을 지키느냐, 상품소개에 충실하느냐 사이에서 치열하게 고민했다.
바둑판 패턴으로 배치된 상품과 소개. 리플렛 상단부는 세로로 읽는 방향이라 하단부에서도 자연스레 세로방향으로 읽히게 된다. 이때 상품이미지와 상품소개 문구 매칭이 애매해진다.
마케팅 ▶ 상단부 브랜드 소개에 많은 내용을 담았잖아요. 하단 상품 소개도 텍스트가 많으니 가독성 측면에서 정돈된 느낌이 필요할 것 같아요.
디자인 ▶ 신문 느낌이 나려면 여백보다는 지금처럼 텍스트가 많은 편이 좋아요. 대신 정렬이 중요하고요.
마케팅 ▶ 상단부와 하단부 읽는 방향이 달라서 바둑판 배치하면 상품 소개 부분이 상품 이미지랑 정확하게 매칭이 안 되는 것 같아요.
디자인 ▶ 세로 방향으로 읽어내려오면서 길어지던 호흡을 한 번 잘라주기 때문에 상품 이미지에 한 번 더 시선이 갈 수 있어요.
그렇게 최상의 절충 지점을 찾았다. 바둑판 패턴으로 상품을 하나씩 나열하면서 각 상품별 맞춤 소개 문구로 수정했고, 규칙적인 문장 구조를 사용해 늘어난 텍스트를 어수선하지 않게 정돈했다. 마지막으로 디자인 레이아웃에 맞춰 배치하자 깔끔하면서도 오히려 상품 이미지가 눈에 잘 들어오게 되었다.
최적의 사이즈를 찾아가기 위한 샘플들
작은 택배 상자에도 동봉될 수 있도록 사이즈는 A3에서 B3로 변경했고, 접지가 잘 되는 얇은 종이이면서도 잉크 뒷비침이 적은 지류를 찾았다. 고객 입장에서 실질적으로 가장 원하는 건 ‘할인과 증정’ 이기에 뒷면 모퉁이에 쿠폰도 넣었다. 나를 위해 구매한 사람이든, 선물로 받은 사람이든 누구나 쓸 수 있는 쿠폰. 이 쿠폰은 등록해야 혜택을 알 수 있으며, 혜택은 게릴라성으로 변경된다. 할인이 될지, 증정이 될지는 열어봐야 안다.
받았을 때 바로 보이는 건 브랜드 로고.
열어보면 모서리 쿠폰.
한 번 더 열면 내용이 보이는 형태.
방금 나온 리플렛 최종.jpg / 충무로에서 반대로 접지되어온 리플렛
그래서 이렇게 만들어졌다. 그런데 끝까지 순탄히 끝나면 마케팅이 아니지.
접지가 반대로 왔다. ㅎㅎ.
이걸 언제 다 반대로 다시 접나 이마를 쳐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