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8] 찰나의 순간을 담아내는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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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 많은 사진작가 정호영
혜윰은 '건강을 위한 올바른 생각' 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눌 방법을 고민합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삶과 일상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그들이 들려주는 저마다의 건강한 생각을 [인터뷰]에 담습니다.
우리가 전하는 이야기가 누군가에겐 공감을 넘어 작은 변화로 이어지길 바래봅니다.
3줄 요약
지나가는 시간을 의미 있게 기록할 수 있는 도구, '사진'.
여기, 가장 자연스러운 찰나의 순간을 담기 위해 노력하는 사진작가가 있습니다. 주어진 것에 만족하고, 덜어내는 삶의 방식으로 행복한 시간을 채워가는 사진작가 정호영 님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정호영님 이야기
#호기심 많은 사진작가
현재 서해 바다 옆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사진작가입니다. 바다 근처 도시에 살고 있어요. 음, 뭐부터 이야기 해야 할까요? : ) 저는 저 스스로를 '대책 없는 사람'이라고 표현해요. 지금은 작은 공간을 얻어 이렇게 촬영 작가로 일하고 있지만 어릴 땐 운동선수였어요. 사회인이 되어선 광고 기획 대행사, 제조업, 인형 회사, 제약 회사까지 몸 담아봤습니다. 연결고리가 없어 보이는 다양한 업종을 넘나들며 대책 없이 직업을 바꿨죠. 이 중엔 단순히 호기심에 시작한 일도 있었고, 정말 재미있게 즐기며 했던 일도 있어요. 특히 마지막에 근무했던 제약 회사는 업무도 재밌었지만 급여도 많은 곳이라 오래 일할 수 있는 곳이었는데, 결론적으로 사진작가로서 현재진행형입니다. 도중에 갑작스럽게 큰 수술을 받게 되었거든요.
그 수술이란, 죽음이라는 걸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 계기였어요. 10시간이 넘는 수술이었는데 이후로 제 인생의 많은 부분에 변화가 생긴 것 같아요. 다행히 수술은 잘 되었지만 큰일을 겪고 보니 직업이 주는 경제적인 안정감보다는 남은 시간을 어떻게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이 많아지더라고요. 누구도 피해 갈 수 없고, 언제 올 지 모르는 죽음이라는 단어 앞에서 어떻게 하면 더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지, 그런 근본적인 생각들이요. 나이를 먹을수록 더욱 가치를 둘 수 밖에 없는 경제력, 타인의 시선 등 이 모든 걸 떠나 순수한 나로 돌아가 남아있는 시간을 어떻게 하면 가치있게 채울 수 있을까 고민해 봤는데 그걸 기록하고 담을 수 있는 도구가 저에겐 사진이더라고요.
내 인생을 의미 있게 채울 수 있는 일을 정말 순수하게 생각하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 찰나의 순간을 영원히 간직하는 사진
아프고 난 후 시간의 소중함을 매 순간 느끼고 있어요. 요즘은 기술이 발전해서 사진기로 1/8000의 순간까지 담아낼 수 있습니다. 언제 지나갈지 모르는 찰나의 순간을 담을 수 있다는 게 사진이 가진 힘이고 매력인 것 같아요. 아직 배울 게 많은 단계지만 그래도 다양한 촬영을 많이 시도해왔는데, 그중 지금 제 뒤에 붙여놓은 달리기 하는 아이들 사진이 개인적으로는 가장 애착이 가요.
사진을 시작하고 여행을 갈 기회가 있었는데 처음엔 다른 분들이 다니시는 것처럼 관광명소도 가고 유명한 맛집도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었거든요. 그런데 사진의 톤이나 결과물의 느낌이 다 비슷한 것 같더라고요. 그때 처음으로 유명한 관광지가 아닌, 이곳에서 실제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 진짜 도시의 모습을 담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게스트 하우스에서 자전거를 빌려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마을의 면사무소, 채소 다듬는 어머니들, 작은 구멍가게와 같이 평소 여행을 다니면서는 보기 힘들었던 걸 많이 봤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구경하다가 어느 학교 근처에 다다랐는데 체육시간이었는지 아이들이 운동장을 벗어나서 학교 근처를 뛰고 있더라고요. 이 순간을 담고 싶어 자전거에서 미처 내리지도 못하고 따라가며 찰나의 순간을 담았어요.
제가 좋아하는 이 사진은 지도 없이 우연히 지나가던 장소에서 우연히 만난 친구들을 찍어 우연함의 연속으로 만들어낸 결과물이에요. 화려한 조명과 좋은 장비를 사용해서 찍은 사진 보다 더 만족스런 결과물이었고 재밌었네요.
# 플라톤 안토니오 / 사진작가 정호영의 철학
제가 가장 좋아하는 사진가는 플라톤 안토니오예요. 타임지의 인물 사진을 찍는 작가인데 이분이 찍는 인물 사진은 큰 임팩트가 있어요. 촬영이 어려운 영역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모델이 다 하는 거고 카메라는 도와줄 뿐이라는 대중적인 시각도 있죠. 하지만 인물 사진에 있어서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 주는 건 사진작가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상 되는 분의 아름다움이나 멋스러움을 떠나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자연스러움을 얼마나 잘 끌어내 주는지가 정말 중요해요.
예전에 플라톤 안토니오의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어요. 인물 사진을 찍기 위해 다방면으로 광대한 사전조사를 하시고 촬영 전후에 모델과 많은 대화를 나누시더라고요. 프로 모델이라 하여도 낯선 환경에서는 경계심이 생기고 어색해질 수 있는데 이런 부분에서 조금이라도 모델이 가진 고유의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끌어내고 친밀감을 조성하기 위해 촬영장 분위기를 유연하게 만들고자 노력한다고 해요. 그래서인지 플라톤 안토니오의 작품은 화려한 소품이나 배경 없이 얼굴만을 심플하게 담아냄에도 불구하고 대상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분위기 자체를 잘 표현하려고 노력한 결과물이라는 게 느껴져요.
아무래 전 스튜디오로 촬영을 오시는 고객들을 만나 뵙다 보니 사전에 어떤 조사를 해둘 순 없지만 현장에서 최대한 대화를 많이 하고, 유연하게 분위기를 풀어 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이야기를 많이 하고 나면 촬영부터 보정 후 최종 인쇄까지 고객이 정말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어 드릴 수 있는 것 같아요. 한 시간 남짓한 시간이 많이 부족할 수 있지만 찾아주시는 한 분 한 분 어느 정도의 친밀감을 유지하기 위해 이야기도 많이 하고 어떤 부분이 좋으신지 어떤 부분이 싫으신지 파악해 적용해 드리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 사진 잘 찍는 노하우
저도 아직 배우는 입장이지만 조금의 도움을 드린다면 일단 많이 해보는 사람을 이길 수 없는 거 같아요. 초보자가 쓰기 좋은 카메라를 물어보시는 분들도 많으신데 사진 찍기에 가장 좋은 카메라는 핸드폰이라 생각해요. 성능도 좋지만 항상 손에 가지고 다니기 때문에 어떤 순간에서든 함께 할 수 있거든요. 핸드폰 카메라만큼 일상의 매 순간을 함께 할 수 있는 도구는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정말 사진을 잘 찍는 노하우는 단순히 사진을 찍는 행위가 아닌, 많이 보고 먹고 느끼면서 다양한 환경을 경험해 본다는 게 진짜 노하우가 아닐까 싶습니다. 경험으로 느낀 감정을 표현해내는 수단 중 하나가 사진이기 때문에 사진을 잘 찍는다는 건 결국 경험이 많은 사람에게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도 틈틈이 새로운 경험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시간이 날 때마다 서점도 자주 가고, 동네 어르신이나 아이들과도 자주 이야기 하고자 하는 등 집 근처부터 시골, 산, 바다 어디든 되도록이면 집 밖으로 나가 많이 경험해 보려고 노력합니다.
# 지금의 나를 만든 건강한 습관
덜어내는 삶을 살다 보니 정서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건강해지는 것 같아요. 많이 아프고 나서 느끼게 된 걸 수 있지만…. 저도 평범한 사람이기 때문에 SNS 속 타인과 비교하고 내가 소유하지 못한 것에 대해 많이 속상해 해왔어요. 하지만 요즘은 건강을 위해 이런 생각들을 많이 덜어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결국은 남들만큼 가졌냐 보다는 내가 어떻게 느끼고 살아가는가가 중요한 거니까요.
이전보다 물질적, 정서적으로 덜어내고 살고 있는 지금이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고 조금 더 재밌고 의미 있는 삶에 대해 고민하게 만들어 줘요. 신기하게도요. 산다는 게 굉장히 행복한 일이고, 매일 무언가를 하고 누군가와 얘기하고 먹고 마시고 한다는 이 단순한 행위 자체가 너무 즐거운 일이라는 걸 알게 된 것 같아요.
우리가 원래는 이 세상에 없었을 존재잖아요. 그런데 엄청난 확률과 엄청난 행운을 가지고 이 세상에 태어났고 또 하루하루를 즐겁게 보내고 있어요. 아프고 나서 든 생각인데 일상이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건 현재 당신이 행복하다는 거거든요. 그 사실을 어떠한 일을 굳이 겪어서 느끼기보단 가진 것, 주어진 것에 만족하고 타인과 비교하지 않으며 살다보면 행복한 습관으로 가득 찬 건강한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
마무리
이따금 우리는 지나간 일을 후회하거나 소유하지 못한 것을 부러워하며 현재의 시간을 덧없이 보내곤 합니다.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막연한 동경 대신, 지금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가장 나답게 채워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보면 어떨까요?
내가 원하는 삶의 방향을 정확히 알아내는 일 만큼 내 시간을 의미 있게 채울 수 있는 방법도 없을 거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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