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33] 서른일곱 살 엄마가 일곱 살 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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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윰은 '건강을 위한 올바른 생각'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눌 방법을 고민합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삶과 일상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그들이 들려주는 저마다의 건강한 생각을 [인터뷰]에 담습니다.

우리가 전하는 이야기가 누군가에겐 공감을 넘어 작은 변화로 이어지길 바라봅니다.

 

Editor : Moon    Year : 2023

 

Vol.33 방혜리

Intro

사실 H인터뷰의 시작은, 엄마들의 일상을 담아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기획된 프로젝트였기에 어느 때 보다 이번 인터뷰이를 만나러 가는 길이 설레었던 것 같아요.

누군가의 딸에서 누군가의 엄마로, 그리고 그 안에서 나다움을 발견해 가는 혜리 님의 이야기를 시작할게요: )

Interview

방혜리님 이야기

# 서른일곱 살 엄마가 일곱 살 딸에게

저는 서른 살에 결혼을 했어요.

돌이켜보면 정말 물 흐르듯이 살아온 것 같아요. 때가 되면 대학에 들어가고, 취직을 하고 사회적 관념상 적당하다 생각했던 나이에 좋은 남자를 만나 결혼을 했으니까요.

인터뷰 문항 중 꿈에 대해 질문을 받고 조금 슬펐던 게 어릴 적 꿈이 뭐였는지 아무리 생각을 해도 떠오르지 않더라고요. 학창 시절 적어낸 선생님, 승무원은 그 시절 여자 아이들의 통상적인 이야기였지 진짜 제 꿈은 아니었거든요.

결혼 전에 미국에서 회계 관련일을 했었어요. 꿈이 곧 직업이라고 단정 짓는 건 아니지만 저는 직업마저도 상황에 맞춰 선택했던 것 같아요. 고 1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갔었는데 미국에 있는 동양인으로서 내 강점을 어필할 수 있고, 취직도 쉬울 것 같은 학과가 회계학이었거든요.

물론 지금은 내가 원하는 삶이 뭔지 조금씩 선명해지고 있지만 전 정말 내가 좋아하는 일이 뭔지, 싫어하는 일이 뭔지 깨닫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 같아요. 이 중요한 문제를 이십 대 초중반에만 깨달았더라도 지금 제 인생이 많이 바뀌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왜인지 모르게 그땐 나 자신보다 주변 시선에 더 많이 귀 기울이고 의식을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전 제 딸이 다른 건 몰라도 본인이 하고 싶은 게 뭐고 본인이 잘하는 게 뭔지 좀 확실하게 알았으면 좋겠어요.

사람은 사회적인 동물이다 보니 주변의 영향을 안 받을 수가 없거든요. 근데 전 제 딸이 그 시선들로부터 최대한 자유로워졌으면 좋겠어요. 지금의 내 나이가 된 미래의 딸이 결혼을 하든, 출산을 하든 아님 또 다른 일을 하던지 간에 그 선택에 스스로의 확신이 있고 그걸 책임질 준비가 되어있다면 전 응원을 아끼지 않을 거예요.

 

# 나의 엄마와 화해하기

제가 육아를 하면서 꼭 지키려는 원칙은 '나는 나고, 아이는 아이다' 예요. 너무 당연한 말 같지만 부모가 지키기 힘든 일 중에 하나거든요.

당연히 요즘 부모들은 아이는 내 소유물이 아니란 걸 알고 있지만 이게 현실 생활에 맞닿으면 쉽게 잊히는 것 같아요. 정말 별거 아닌 일에도 아이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컨트롤하려는 일이 많아지거든요. 그래서 저희 부부는 당연하지만 어려운 이 원칙을 지키려 되게 노력 중이에요.

그런 말들을 하잖아요. 부모가 돼봐야 부모 마음을 이해한다고.. 제가 막상 딸을 키워보니까 우리 엄마가 나를 이렇게 키웠고 그래서 지금의 나의 성격과 모습이 완성됐다는 걸 명확히 알게 됐어요.

저 역시 우리 부모님한테 너무 감사하고 고마운 부분도 많지만 지금까지도 그때 왜 그랬을까 이해 안 되는 부분도 많거든요. 잊고 살았던 순간들과 그 감정들이 제가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불쑥 떠오를 때가 있어요.

그러다 보니 육아는 나와 자식 간의 관계뿐 아니라 나와 우리 부모님의 관계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것 같아요.

이제야 이해되는 순간들, 또 이해해 보려 해 봐도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던 생각들로 한동안 감정이 많이 혼란스러웠는데 그때 '오은영의 화해'라는 책이 많은 도움이 됐어요.

그때의 엄마 아빠를 조금 더 이해하게 해 줬고, 복잡하던 제 감정을 많이 정리하게 해 줬거든요. 이 책은 정말이지 전 국민이 읽어야 될 책이라고 생각해요.

 

# 관계의 성숙

결혼 전에 전 인간관계에 집착이 정말 심한 편이었어요. 가끔 내가 왜 그랬을까 돌이켜보면 막연한 불안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냥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내고 많은 기억을 공유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고, 그 시간을 함께하지 않으면 내가 나가떨어질 것 같다는 불안함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이 막연한 관계의 불안함으로부터 지금은 많이 자유로워진 상태예요. 흔히 결혼은 평생 내 편을 만드는 일이라고 하잖아요. 단순히 결혼 후 안정감이 생겼다기보다는 지금 남편이랑 결혼을 했기 때문에 제가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해요. 상대를 대하는 표현 방식이나, 내가 누군가를 이해해 가는 방법에 있어서 남편을 만나고 조금 더 성장하게 됐거든요.

 

# 지금의 나를 만든 습관

저의 습관을 굳이 하나 얘기한다면 저는 정리하는 걸 좋아해요. 단순히 집이나 주변을 정리하는 일, 생각 정리하는 일, 그래서인지 스케줄도 되게 잘 짜는 편이에요.

제 딸이 늦잠도 안 자고 밥도 정해진 시간에 잘 먹고, 또래에 비해 생활 패턴이 굉장히 잘 잡혀 있거든요. 육아를 시작할 때도 제 나름의 스케줄을 지켜왔는데 그게 아이의 이런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자리 잡는 대에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아요.

저에 대한 질문에 딸에 대한 이야기로 답변을 하게 됐는데 정말 결혼 후 저의 습관은 딸아이였어요.

몇 년 후면 저도 마흔 살이 되잖아요. 결혼 후 7년 동안 그냥 엄마로서 정말 열심히 살아왔는데 이제는 엄마 말고 나에게 다른 타이틀을 하나 더 붙이고 싶다는 생각을 굉장히 많이 하고 있어요.

지금 생각하는 일들을 잘 정리해서 5년 후엔 나의 이 습관이 아이뿐 아닌 지금의 나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됐는지 다시 이야기하고 싶네요.

Outro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무수히 많은 선택을 해요. 그리고 크고 작은 선택들이 모여 나다움을 만들죠.

때론 타인의 시선이나 조언, 사회적인 요소들이 선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그 선택에 있어 스스로의 확신이 있고, 결과에 책임질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면 세상에 잘못된 선택이란 없을 거예요.

어떤 일이든 선택이 망설여진다면 다른 누구도 아닌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세요.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인지.. 그 질문에 대한 스스로의 답변만이 나를 올바른 선택으로 데려가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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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s

01 BOOK 오은영의 화해 / 02 MOVIE 미스슬로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