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윰은 '건강을 위한 올바른 생각'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눌 방법을 고민합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삶과 일상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그들이 들려주는 저마다의 건강한 생각을 [인터뷰]에 담습니다.
우리가 전하는 이야기가 누군가에겐 공감을 넘어 작은 변화로 이어지길 바라봅니다.
Editor : Moon Year : 2022
혜윰은 '건강을 위한 올바른 생각'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눌 방법을 고민합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삶과 일상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그들이 들려주는 저마다의 건강한 생각을 [인터뷰]에 담습니다.
우리가 전하는 이야기가 누군가에겐 공감을 넘어 작은 변화로 이어지길 바라봅니다.
Editor : Moon Year : 2022
Intro
누군가 저에게 취향저격인 장소를 묻는다면,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카페 '여수에서'를 소개할 거예요. 따뜻한 뱅쇼 한잔을 마시며, 창가 프레임 안에 윤슬이 일렁이는 여수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일상의 크고 작은 걱정들이 거짓말처럼 잊혀지는 곳이거든요.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공간에서, 그 공간을 만든 인터뷰어의 취향까지 들을 수 있어서 더욱 흥미로웠던 서른두 번째 인터뷰는 여수 고수동 벽화마을을 지키고 계신 여수에서 지기 최광인님의 이야기입니다 : )
Interview
최광인님 이야기
# 여수에서 지기 '바바리안최'입니다.
저는 여수에서의 제 삶이 장밋빛 인생(La Vie En Rose)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희 가게 심벌(symbol)이 붉은 장미예요!
서울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던 제가 카페 '여수에서'를 운영한 지도 벌써 4년이 되었네요. 그때는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필요했던 시기라 새로운 일을 찾고 싶었어요.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곰곰이 생각하다 보니 전 서비스와 음식에 자신 있는 사람이더라고요.
디자이너는 고객 경험과 서비스 전반을 고려하여 아이디어를 시각화하는 사람이거든요. 내가 잘해왔고 자신있는 서비스에 음식이라는 아이템을 더하고 나니 카페에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이 정리된 것 같아요.
저의 예칭인 바바리안(Barbarian)은 바리스타(Barista)와 바텐더(Bartender)의 합성어로 저희 가게에 오시면 카페 메뉴뿐 아니라 다양한 칵테일도 맛보실 수 있어요.
그중 모히또와 카페봉봉이 시그니처 메뉴인데 모히또엔 여수산 애플민트가 아낌없이 들어가요. 카페 봉봉의 원래 발음은 카페 본본(cafe'de bonbon)으로 에스프레소와 연유를 넣고, 그 위에 크림이 올라가는 스페인 커피예요. 본토에선 휩이 단단한 크림을 올린다면 저희 가게에서는 아인슈페너 느낌의 조금은 묽은 크림을 올려드리고 있어요.
카페를 운영하면서 개인 작업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는데, 그중 일 년에 한 번씩은 저에게 영감을 주는 여수의 요소들을 콘셉트로 개업 기념일에 맞춰 굿즈를 만들고 있어요. 벽화마을 전경이나 저희 가게 창가석에서 바라본 여수의 바다를 추상적으로 표현 한 엽서와 포스터, 특히 올해는 제가 사랑하는 바로크 스타일에 여수의 요소들을 더해 타일을 디자인했는데 음악을 들으며 개인 작업을 하는 순간이 정말 행복해요.
물론 '여수에서' 만큼은 정성스레 만든 한 잔의 음료가 손님들의 '맛있어요 사장님'이라는 말로 돌아올 때 가장 행복하지만요.
# 취향이 고스란히 담긴 공간
처음 여수에 이사 왔을 때 앞 집 할머니께서 사용하시던 자개 장롱을 버리시는 거예요. 그때 제가 득템 한 문짝이 지금 저희 가게 데스크가 됐어요. 우연한 기회로 공간을 자개 콘셉트로 채우다 보니 종종 손님들로부터 버려진 자개 아이템에 대한 제보가 들어오기도 해요. 저희 가게의 포토존 역할을 톡톡히 하는 야외거울도 손님들 제보로 득템 한 아이템 중 하나예요.
지금 카페를 받치고 있는 대들보도 초기 공사 때 철거를 하려다 보니, 그대로의 느낌이 괜찮아 유지하게 된 요소예요. 아직 만들어가는 단계지만 그냥 취향에 따라 흘러가듯이 채우다 보니 지금의 '여수에서' 공간이 만들어진 것 같아요. 저희 가게는 조명의 조도가 낮은 편이라 밤에 오시면 낮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경험하실 수 있어요.
저는 공간을 완벽하게 만드는 요소를 경험주의 관점에서 바라봐요. 특히 음악은 제가 공간을 다루는 방법 중 하나인데, 저는 어떤 면에서 공간을 지배하는 건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아침, 점심, 저녁의 기분이 다르고 또 날씨에 따라 감정이 바뀌잖아요. 상황에 맞는 음악이 흘러나오고 거기에 맛과 좋은 서비스가 더해져 손님들로 하여금 좋은 경험으로 기억될 때, 비로소 그 공간이 완벽해지는 거라 생각해요.
# 여행의 기술
두어 달 전부터 카페 손님들과 함께 '여행의 기술'이라는 책을 만들어가고 있어요.
제가 이 공간에 있다 보면 현지인 분들도 많이 놀러 오시긴 하지만 한 80프로의 손님들이 다 여행객 분들이세요. 어느 날 문득 이 많은 여행객분들이 왜 여수에 놀러 오셨을까 나아가 원초적으로는 왜 여행을 떠나는 걸까 하는 궁금증이 들더라고요. 여행이란 게 뭔가 마음의 두드림이 있어야 움직이게 되는 거잖아요.
책 속엔 제가 궁금한 열 개의 질문이 있고, 저희 가게를 찾아 주시는 분들이 적어주신 생각이나 가치관등을 취합해 일 년 후쯤 에세이 책으로 엮어볼 계획이에요.
여행이라는 게 단순하게는 쉼이나 즐기기 위해 떠나는 거긴 하지만 누군가는 이 질문들을 보는 순간 여행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나아가 먼 곳에서 와주신 분들이 돌아간 후에 '여수에서 어느 카페에 갔는데 그 공간의 느낌과 음악이 너무 기억에 남는다. 다시 한번 가고 싶다' 이런 생각으로 저희 가게가 기억된다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 지금의 최광인을 만든 습관
카페 말고도 스테이여수라는 펜션을 운영 중이에요. 두 개의 공간을 운영하다 보니 저는 나름 일상의 루틴이 명확한 편이에요. 아침에 일어나 청소하고 밥 먹고 오픈하고 마감하고, 집에 돌아가 스테이 빨래를 하고 음악을 듣고 잠을 자고.. 다소 평범해 보이는 일과지만 저는 이런 일상의 루틴이 좋아요.
공간을 운영할 때 부족함 없이 완성적인 모습을 만들기 위해선 이런 삶의 패턴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느끼거든요.
아직 제 인생은 미완성이지만 경험주의적으로 좀 더 세상을 넓게 쓰다 보면 나중에 나이가 들었을 때 그 경험들을 토대로 무언가를 더 뿜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리고 그런 미래가 제가 그리는 성공적인 멋진 모습이기도 하고요.
Outro
'나다움'이라는 건 다른 말로 자신만의 확고한 취향을 가졌다는 의미가 아닐까요?
나는 어떤 색을 좋아하는지, 나를 기분 좋게 하는 향기는 무엇인지, 어떤 음악을 들을 때 마음이 편안해지는지.. 그리고 나는 무엇을 할 때 가장 즐거운 사람인지..
취향이라는 건 짧은 시간에 만들어지는 게 결코 아니잖아요.
다양한 경험을 하고, 그 안에 나라는 존재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나만의 취향이.. 나다움이 만들어져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