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복, 딱복을 넘어서 납작복숭아, 신비복숭아까지 매년 달라진 수식을 달고 찾아오는 여름철 대표 과일. 그만큼 트렌디한 과일 중 하나인 복숭아. 맛도 좋지만 부드러운 색깔과 생김새, 보송한 솜털까지 그 외관이 아기자기해서 사람의 이미지나 분위기, 모양, 기분까지 은유하곤 한다.
복숭아가 가진 특유의 느낌이 있어 과즙상, 복숭아상 등으로 찰떡같이 비유된다.
무협지나 아시아의 고전 소재의 컨텐츠들에는 복숭아가 영물처럼 묘사된다. 만병을 치료하거나 영험한 힘을 얻거나 무병장수를 불러오는 신비한 열매. 곤륜산 서왕모의 천도복숭아를 훔쳐 먹어 3,000년을 장수했다고 전해진 ‘삼천갑자 동방삭’ 이라는 관용어처럼, 복숭아는 신이 머무는 하늘 정원에 탐스럽게 열리는 전설 속 불로장생의 과일로 쓰여지곤 한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는 귀신을 쫓는 열매로도 자자하다. 우리나라 정서상 조상신이 제사날 집에 오셔야 하는데, 제사상 다 차려놓고 귀신을 내쫓으면 우리 조상신 어찌할까. 옛부터 집 마당에 복숭아 나무가 심어지지 않는 이유이고, 다양한 과일들이 제삿상에 올라가는데도 복숭아는 올라가지 않는 이유이다. 현대에 와서는 크게 개의치 않는 사항이긴 하지만 말이다.
본초강목에서 다루길, 귀신의 두목이 복숭아나무로 뚜드려 맞아죽은 적이 있어서 무서워한다고.
-혈액순환, 생리불순에 도움
-갈증해소, 거담작용, 기관지에 도움
-간 해독, 숙취해소, 피로회복, 항체생성, 면역력 증진에 효과
-피부미용, 노화방지, 탈모예방, 피부병 등 염증제거에 탁월
-변비완화, 배변촉진, 암 예방에 도움을 줌
-아미그달린이 있어서 씨 부분은 섭취 시 주의
-피를 돌게 하기에 임산부는 섭취 시 주의
사실 복숭아는 예부터 약용으로 쓰였던 약재다. 먼저 복숭아 열매 과육 ‘도자’는 수분이 많아 갈증해소에 좋고 피로회복, 간 해독에 도움을 주는 주석산, 사과산, 구연산 등 유기산이 풍부하며, 특히 아스파르트산(아스파라긴산)이 사과의 약 5배로 숙취해소에 탁월하다고 한다. 해독에 성실한 과일이다보니 노폐물과 독소배출을 시키기에 니코틴 제거에도 도움을 줘 흡연자에게 좋은 과일이다. 복숭아에 풍부한 폴리페놀과 팩틴은 변비를 완화시키고, 노화도 방지해준다.
또한, 복숭아 이파리 ‘도엽’은 땀띠 같은 피부병, 습진, 염증제거에 효과가 있고, 잎을 빻아 머리를 감으면 탈모를 완화시키며 새 모발을 돋게 한다고. 더불어, 복숭아 씨 ‘도인’은 혈액순환과 생리불순에 도움을 준다고 하며, 복숭아 꽃인 ‘도화’는 이뇨 및 배변 작용과 피를 돌게 하는 데(활혈)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렇기에 임산부는 꼭 섭취 시 주의!
복사꽃(복숭아꽃), 개복숭아꽃(산복숭아꽃), 도화차(복숭아꽃잎차)
복숭아의 칼로리는 개당 약 100kcal (100g당 36kcal)로 저칼로리 과일로 유명한 수박(100g당 31kcal)과 거의 비슷하기에 다이어트용으로 먹기에도 좋다. 수분이 많아 적게 먹어도 쉽게 포만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복숭아 나무 가지인 ‘도지’는 기생충을 제거하는 살충 효능과 벌레에 물린 곳을 치료하는 효능이 있으며, 명치 아래와 배가 동시에 아픈 심복통 완화에도 도움을 준다고 한다. 또한, 뿌리 부분인 ‘도근’은 코피나 토혈 치료에 사용된다.
다만, 복숭아 씨(도인)에는 매실이나 사과와 같이 아미그달린이라는 성분이 있는데 그 자체로는 독성이 없지만 몸 안에서 분해되는 과정에서 유해하게 분리될 가능성이 있기에 섭취 시 주의해야 한다. 소량 먹으면 신경안정, 복통, 구토, 설사 등의 증상이 있지만 소위 말하는 청산가리 계열이기에 다량으로는 먹으면 안 된다.
기억이 까마득한 어렸던 날. 매 여름마다 엄마는 천도복숭아나 딱복으로 김치를 만들어 주었더랬다. 새콤달콤한 초무침의 맛이 나는 과일김치. 복숭아로 김치를 해먹는 집들에선 알음알음 복숭아 깍두기라고 불리는 듯하다. 과일로 무슨 김치야; 싶을 수 있지만 막상 먹어보면 비빔냉면의 배처럼 시원하고 별미다.
'복숭아' 하면 여름, 나른한 오후, 낮잠, 청량함, 아지랑이 등이 연이어 떠오를 때. 엄마가 만들어준 새콤한 복숭아 김치를 떠올리며 잠시 아련해진다. 이젠 오래된 마루 위 선풍기 앞이 아닌 회사 모니터 앞에 앉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