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글뤼바인 만들다가 치과를 만들어버렸다. > 약재산책 | 혜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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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글뤼바인 만들다가 치과를 만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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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랑 대만 여행에서 훠궈를 먹었던 날. 고수 정도만 알아두면 대만 음식은 호불호 없이 맛있게 먹을 줄 알았더니 마른 콩 같은 걸 하나 씹었다가 온종일 모든 음식에서 치과맛을 느꼈다. 깨물자마자 친구에게 말했다.

"...훠궈에 원래 정향 들어가니?"

씹은 순간, 대학교 학과행사가 싸악 스쳤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과방에서 글뤼바인(Glühwein)을 만들었는데, 오렌지, 레몬, 계피에 레드와인을 잠길만큼 넣고 팔팔 끓이면서 이름 모를 나뭇가지나 마른 향신료들을 한꺼번에 넣었더랬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과방은 치과가 되었다. 교수님은 정향 때문이라고 하셨다. 그 기억이 대만에서 훠궈먹다가 떠오를 줄이야. 훠궈의 콩알 같은 게 정향이었던 것.

치과 맛을 무슨 맛으로 먹어야 할지 모르겠다, 정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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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에서 먹었던 훠궈. 월계수잎과 정향이 가득하다.

 

훠궈에서 본 정향은 콩알 같았지만 본체는 정향나무의 꽃봉오리로, 못을 닯았다. 그래서 요리에서 못을 묘사한 데코로도 쓰인다. 향신료이기에 데코와 동시에 햄과 같은 고기에 박아놓고 향을 가미하기도 한다. 육질이 연해지기도 하고 잡내를 없애준다.

보통 향신료라고 하면 먹어보지 않으면 무슨 맛인지 가늠하기 힘든데 정향은 아니다. 우리가 익히 아는, 정확히 치과 냄새가 나기 때문. 살면서 치과를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테니 치과 냄새 하면 확 떠오르는 그 냄새가 맞다. 향신료로서 먼저 접하지 않은 탓일까. 치과맛을 맛있게 먹는다는 건 꽤나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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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향의 생김새(clove)

 

실제로 정향은 치과 치의료 재료가 되는 약품에 첨가된다. 구강 건강 제품에 정향 나무 추출물이 들어가기도 한다. 그래서 정향을 접하는 사람들은 치과 냄새를 떠올리는 것. 이 특유의 향은 유제놀(eugenol, 오이게놀) 때문인데, 휘발성 있는 방향유 물질로 통증 완화, 항균 효과가 있어 옛날엔 치통, 잇몸 통증, 입냄세 제거, 목건강과 같은 구강 치료 뿐만 아니라 여러 통증의 진통제로 쓰였다.

한 알 입에 넣어보면 혀가 화하고 맵다. 마비된 느낌. 마라탕을 먹을 때 그 느낌과 비슷하다. 왜 옛날에는 진통제로 쓰일 수 있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

정향.

- 복통, 치통과 같은 통증 완화 및 진통제 효과

- 항균, 항염, 구충 효과가 탁월하여 잇몸 염증과 같은 염증에 도움

- 부패를 방지하는 방부 및 항산화 효과

- 구토, 위액분비 등 위장 관련 질환에 도움

- 항암에도 도움

- 요리 뿐만 아니라 치약, 약품, 향수, 오일 등 다양하게 쓰임

정향의 원산지는 인도네시아로, 유럽 열강들의 향신료 전쟁을 불러오기도 했다. 대항해시대의 향신료는 사치품이었기에 후추, 육두구와 더불어 정향 역시 침략과 전쟁의 불씨가 되었다. 사치품의 대표격인 향수. 정향은 향수의 원료로도 쓰이는데, 유명 향수 브랜드 딥티크의 1968년 첫번째 향수인 '로(L'eau)' 가 대표적이다. 자극적이고 매운맛을 대변하듯 향에서도 스파이시 계열로 분류된다.

정향유(Clove oil)아로마 테라피에도 활용되고, 오일 그 자체를 물에 타 차처럼 마시기도 한다. 가글과 같은 구강청결제나 치약에 섞어 구강 건강을 챙기기도 하고, 한의학에서는 정향의 성질이 따뜻하기에 몸에 온기와 양기를 올려주는 약재로 쓰인다.

냄새 자체도 무겁고 맵고 뜨거운 느낌이 드는데, 그래선지 정향은 시원한 음식들 보다는 온기 있는 요리나 따뜻한 음료들에 많이 곁들여지는 듯하다. 어느 카페에서 밀크티를 주문했다가 치과향이 나서 다 먹지 못했던 기억도 갑자기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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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뤼바인에 들어가는 재료들. 그리고 폴란드 크리스마스마켓에서 사먹은 그쟈니에츠.

 

정향은 이처럼 글뤼바인, 뱅쇼, 그쟈니에츠(grzaniec)와 같은 따뜻한 와인과 밀크티를 만들 때도 들어간다. 만약 이번 크리스마스를 맞아 글뤼바인을 만들게 된다면, 정향은 정말 조금만 넣는 것을 권해본다.

비록 호불호가 강하고 쉽지 않은 향일 수 있지만, 세상 어딘가에선 전쟁도 일으킬 정도로 큰 매력을 가진 정향. 고유의 독보적이고 개성있는 향을 숨기지 않으며 단 한 알만으로도 큰 존재감을 나타내는 정향. 지금이야 불호에 가까울지라도, 언젠가는 이맘때를 생각나게 하는 따뜻한 크리스마스 향의 시그니처가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