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난 쓴 맛을 정말 싫어했다. 그냥 싫은 정도가 아니라, 쓴 맛이 혀에 닿을 때 내가 느낀 감정은 경멸(?)이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렸지 싶다.
쓴 맛을 싫어하는 나에게 병원은 언제나 공포의 대상일 수밖에 없었다. 진료가 끝나면 처방해 주던 쓰디쓴 가루약은 상상만으로도 몸서리 처지도록 큰 공포였기에 그 시절 난 어지간한 감기는 어떻게든 참아보려 애쓰던 그런 아이였던 것 같다.
이런 아들을 위해 엄마는 늘 냉장고에 '엄마표 상비약'을 채워두셨었다. 약과는 비교도 안되게 달콤하고 시원한 우리 집 천연 감기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