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이 되기 전까진 한 달에 서너 번은 엄마를 따라 목욕탕에 가곤 했다. 피부 몇 겹은 벗겨낼 거 같은 엄마의 세신 스타일은 견디기 힘들었지만 나는 엄마랑 목욕탕에 가는 시간이 좋았다. 긴 시간 동행할 바비인형을 가방에 챙기는 일부터 목욕이 끝나고 엄마랑 단둘이 먹는 우동 한 그릇이 그 시절 나에겐 최고의 브런치였다.
이 맛있는 브런치를 즐기기기까지 어린 나에겐 나름의 인고의 시간이 필요했는데 이유는 바로 습식 사우나! 목욕이 끝나고도 엄마는 한참을 이 습식 사우나에서 나오질 않으셨다. 몇 번이고 사우나실 문을 열어 엄마를 찾는 수고스러운 일을 반복해야 엄마는 겨우 문을 나섰다.
극강의 열기에 차마 사우나 안을 들어가진 못했지만 문이 살짝 열릴 때마다 퍼지던 기분 좋은 냄새를 잊지 못한다. 뭐라 형용하긴 힘들지만 따뜻하면서도 프레쉬하고 뭔지 모를 무게감이 느껴지는 그런 향.. 침향의 향기였다.
몇 해 전 인터뷰 차 만났던 어느 조향사의 말처럼 침향의 향을 맡는 순간 나는 일곱 살 꼬마가 되어 엄마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날의 분위기와 머물렀던 공간에 대한 정취는 담아올 수 없단 사실을 인지하고 나서 여행지를 가면 숨을 깊이 들이마시는 습관이 생겼어요. 기억하고 싶었거든요. 향기는 정말 신기해요~ 한순간에 나를 먼 여행지, 오래전 어린 시절로 데려가기도 하니까요."
침향은 사향, 용연향과 함께 세계 3대 향(香)으로 불린다. 영어로는 아가우드 (Agawood), 오우드(Oud)라고 쓰는데 흔히 알고 있는 고가의 오우드 향수의 원료가 바로 이것이다. 기원전 1400년경부터 오우드 향을 사용해 왔다는 기록이 있을 만큼 그 역사가 오래된 침향은 만들어 지기까지도 오랜 세월이 필요하다.
곰팡이균이나 박테리아 등에 감염이 된 나무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나무 기름(수지)을 분비하는데 내부에 쌓인 수지가 시간이 지나 단단히 굳어 침향이 된다. 침향은 동남아 지역에 주로 서식하는 아퀼라리(Aquilaria)라는 학명의 나무 중 몇몇 종에서만 추출이 되는데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양이 극히 제한적이라 매우 귀하고 비싼 몸값을 자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