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 민트, 페퍼민트, 스피아민트, 멘톨, 멘솔. 민트맛이라고 통칭되는 치약향, 화한맛은 여러가지 이름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는 가미된 향으로 구분하고 또 누군가는 달달함의 유무로 판단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실 박하, 민트, 멘톨은 모두 다르게 봐야 한다. 맛이 달라서가 아니라 재질이 달라서.
15세기초 역사서에 따르면 박하는 우리말로 ‘영생이’로 기록되어있다. 그보다 훨씬 더 앞서 그리스신화로 가보자면 지옥의 신 하데스가 님프 ‘멘테(menthe)’와 불륜을 저지르다 왕비이자 아내인 페르세포네에게 들켜 무향의 볼품없는 민트로 변해버렸다는 설에서 시작된다. 페르세포네가 짓밟으면 밟을수록 향이 진해졌다는 후일담은 민트(박하)가 가진 특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 역사에서도 박하의 기록은 이어진다. 박하의 향기가 성욕을 돋운다고 생각해 그리스의 신랑신부는 결혼할 때 꼭 박하 화환을 썼고 목욕물에 더하거나 건물을 청소할 때도 사용했다고 한다. 고대 이집트 무덤에선 마른 민트잎이 나왔고 약으로 쓰던 와인 병에서도 박하의 성분이 발견되었다. 우리는 주로 맛과 향으로 쓰고 있는 박하를 고대엔 약리적으로 사용했던 것이다. 또 쥐가 박하향을 싫어하기에 창고에서 퇴치용으로도 써왔으며, 유대인들은 회당에 민트잎을 깔아두고 밟으면서 향이 퍼지는 것을 즐겼다고.
물론 이때의 박하는 지금 우리가 아는 박하와 다를 수 있다. 박하(민트)에는 종류가 너무너무 많으니까.
그래서 민트는 뭐고 멘톨은 뭐가 다른 거지?
간단하게 민트는 박하 계열의 허브를 총칭하고 멘톨은 그 박하를 이루는 성분이다. 박하는 잎에 기름샘이 있고 여기서 기름을 짜내는데, 이 기름이 주로 멘톨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가 아는 특유의 투명하고 시원한 청량감이 이 멘톨에서 기인한다. 저온, 고온 어느 쪽에 치우치기보단 온난한 기후에서 자라야 멘톨 함유랑이 높다. 또 비가 많이 오는 곳에서 잘 자라지만 그대신 유분 함량이 떨어지고, 가물고 척박한 땅에서는 살아남기 힘들다. 그 와중에 배수는 또 잘 되어야 한다. 조금 까탈스런 식물. 하지만 번식력은 좋다. 박하의 기름을 얻기 위해 수경재배를 하기도 하며, 세계 2차대전 이전까지는 일본이 전세계 생산량의 90%를 차지하기도 했다고.
참고로 페퍼민트는 박하에 속하긴 하지만 워터민트와 스피아민트의 교잡종이다. 멘톨 성분도 보다 높은 편. 보통 박하는 열매도 열리는데 페퍼민트는 씨없이 뿌리를 나누며 번식한다.
민트는 샴푸, 비누, 치약, 목욕제, 화장품, 담배, 껌, 차, 리큐르, 과자, 디저트, 방향제, 향수, 아로마오일, 향료 등 일상 속에서 굉장히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가공되지 않은 민트를 보고자 하면 아무래도 음식에서 자주 볼 수 있지 않을까. 특히, 칵테일! 모히또, 휴고, 민트줄렙과 같은 칵테일은 날 것의 민트를 으깨서 만들어진다. 모로코에는 진한 녹차와 스피아민트를 사용한 모로칸 민트티인 '앗타이'가 대중적이고, 베트남 음식 ‘냄’에도 향채소로서 민트가 곁들여지며, 양고기를 먹을 때에도 민트젤리(박하소스)가 빠질 수 없다. 음식마다 쓰이는 민트가 조금씩 다르겠지만 음식의 풍미를 더해주는 건 확실한 듯하다.
개인적으로 민트 향수를 찾아 헤맨 지 10년이 넘었는데 아직까지 그 특유의 시원함과 상쾌한 향이 담긴 진정한 민트향을 찾지는 못했다. (*개인적으로 멘톨쪽 향은 아니지만 허브느낌의 민트향을 가진 리베르의 ‘민테’ 섬유향수는 강추. 펀딩해서 민트 씨앗도 받아가며 런칭을 응원했던 1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