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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초단이시구나. 민트, 박하, 멘톨 다 똑같은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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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말, 민트맛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민트 처돌이가 있었다. 워낙 작은 동네에서 컸기에 시내에 가면 배스킨라빈스에서 민트초코 사먹는 게 민트맛을 즐기는 유일한 방법이었고, 동네슈퍼에서 박하사탕 빨아먹는 게 몇 안되는 민트 영접이었던 유년시절. 그것도 행복하다며 만족했지만 세상이 커지고 으른이 되면서 처돌이는 깊이있는 민초단으로 거듭났다. 민트에도 족보가 있구나. 다 같은 민트가 아니구나.

"하긴. 박하랑 민트랑 뭔가 맛이 다르긴 했어."

돌이켜보니 멘톨과 박하, 민트도 다 조금씩 차이가 있었던 것 같다며 서랍을 열었다. 여름용으로 장만해놓은 쨍한 민트색의 멘톨 티슈. 출근 지하철에서 땀을 뻘뻘 흘렸다. 쿨티슈로 쿨하게 뽀송해져야지.

"근데 왜 멘톨티슈라고만 하고 민트티슈라고는 안 할까?"

닦다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쿨티슈를 지칭할 때 박하티슈, 민트티슈는 들어본 적이 없다. 다 똑같이 화-한 향을 가지고 시원한 쿨링감을 주는데. 무슨 차이지?

민트 좋아하시는구나.
그럼 민트, 박하, 멘톨의 차이를 아시나요?

박하, 민트, 페퍼민트, 스피아민트, 멘톨, 멘솔. 민트맛이라고 통칭되는 치약향, 화한맛은 여러가지 이름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는 가미된 향으로 구분하고 또 누군가는 달달함의 유무로 판단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실 박하, 민트, 멘톨은 모두 다르게 봐야 한다. 맛이 달라서가 아니라 재질이 달라서.

dfd54e8287bfee77252132553df1df72_1655707527_18.jpg실제로 사용 중인 멘톨 쿨티슈

15세기초 역사서에 따르면 박하는 우리말로 ‘영생이’로 기록되어있다. 그보다 훨씬 더 앞서 그리스신화로 가보자면 지옥의 신 하데스가 님프 ‘멘테(menthe)’와 불륜을 저지르다 왕비이자 아내인 페르세포네에게 들켜 무향의 볼품없는 민트로 변해버렸다는 설에서 시작된다. 페르세포네가 짓밟으면 밟을수록 향이 진해졌다는 후일담은 민트(박하)가 가진 특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 역사에서도 박하의 기록은 이어진다. 박하의 향기가 성욕을 돋운다고 생각해 그리스의 신랑신부는 결혼할 때 꼭 박하 화환을 썼고 목욕물에 더하거나 건물을 청소할 때도 사용했다고 한다. 고대 이집트 무덤에선 마른 민트잎이 나왔고 약으로 쓰던 와인 병에서도 박하의 성분이 발견되었다. 우리는 주로 맛과 향으로 쓰고 있는 박하를 고대엔 약리적으로 사용했던 것이다. 또 쥐가 박하향을 싫어하기에 창고에서 퇴치용으로도 써왔으며, 유대인들은 회당에 민트잎을 깔아두고 밟으면서 향이 퍼지는 것을 즐겼다고.

물론 이때의 박하는 지금 우리가 아는 박하와 다를 수 있다. 박하(민트)에는 종류가 너무너무 많으니까.

dfd54e8287bfee77252132553df1df72_1655707527_35.jpg잎맥이 잘 보이는 민트 잎. 금방 말라버리기에 신선도 측면에서 유통이 까다롭다.

그래서 민트는 뭐고 멘톨은 뭐가 다른 거지?

간단하게 민트는 박하 계열의 허브를 총칭하고 멘톨은 그 박하를 이루는 성분이다. 박하는 잎에 기름샘이 있고 여기서 기름을 짜내는데, 이 기름이 주로 멘톨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가 아는 특유의 투명하고 시원한 청량감이 이 멘톨에서 기인한다. 저온, 고온 어느 쪽에 치우치기보단 온난한 기후에서 자라야 멘톨 함유랑이 높다. 또 비가 많이 오는 곳에서 잘 자라지만 그대신 유분 함량이 떨어지고, 가물고 척박한 땅에서는 살아남기 힘들다. 그 와중에 배수는 또 잘 되어야 한다. 조금 까탈스런 식물. 하지만 번식력은 좋다. 박하의 기름을 얻기 위해 수경재배를 하기도 하며, 세계 2차대전 이전까지는 일본이 전세계 생산량의 90%를 차지하기도 했다고.

참고로 페퍼민트는 박하에 속하긴 하지만 워터민트와 스피아민트의 교잡종이다. 멘톨 성분도 보다 높은 편. 보통 박하는 열매도 열리는데 페퍼민트는 씨없이 뿌리를 나누며 번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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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퍼민트 오일로 만든 멘톨 샴푸바. 조금만 넣어도 두피가 몹시 화-했다. 오일의 약 80%가 멘톨 성분.

민트는 샴푸, 비누, 치약, 목욕제, 화장품, 담배, 껌, 차, 리큐르, 과자, 디저트, 방향제, 향수, 아로마오일, 향료 등 일상 속에서 굉장히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가공되지 않은 민트를 보고자 하면 아무래도 음식에서 자주 볼 수 있지 않을까. 특히, 칵테일! 모히또, 휴고, 민트줄렙과 같은 칵테일은 날 것의 민트를 으깨서 만들어진다. 모로코에는 진한 녹차와 스피아민트를 사용한 모로칸 민트티인 '앗타이'가 대중적이고, 베트남 음식 ‘냄’에도 향채소로서 민트가 곁들여지며, 양고기를 먹을 때에도 민트젤리(박하소스)가 빠질 수 없다. 음식마다 쓰이는 민트가 조금씩 다르겠지만 음식의 풍미를 더해주는 건 확실한 듯하다.

개인적으로 민트 향수를 찾아 헤맨 지 10년이 넘었는데 아직까지 그 특유의 시원함과 상쾌한 향이 담긴 진정한 민트향을 찾지는 못했다. (*개인적으로 멘톨쪽 향은 아니지만 허브느낌의 민트향을 가진 리베르의 ‘민테’ 섬유향수는 강추. 펀딩해서 민트 씨앗도 받아가며 런칭을 응원했던 1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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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트향 섬유향수. 풍미를 돋우는 민트소스

박하.

-인후염, 해열, 항염 등의 효과가 있으며 두통, 복통, 근육통 등 진통에 도움을 준다.

-소화작용을 돕고 위장 질환에 도움을 준다.

-방향과 구취 제거에 탁월하다.

-방부 및 마취 효과도 있다는 점!

-자궁수축 위험이 있으니 임산부는 NO!

박하(민트)는 소염과 감기에 도움을 주고 해열, 진통, 소화, 피부병 치료 등에도 널리 쓰인다. 몸을 차갑게 해서 배탈이 날 것 같은 인상을 주지만 예부터 설사약으로 달여 먹었다고 한다. 그래서 대장성과민증후군에도 효과가 있다고. 또 노폐물 제거에 효과적이라 얼굴에 트러블이 났을 때 박하잎을 우려내 훈증해주면 도움이 될 수 있다. 고대 유럽 병사들은 전쟁 시 민트를 품고 출정하기도 했다는 걸 보니 마취와 소염 효과는 그때부터 유명했나보다. 다만, 아리스토텔레스가 민트는 몸을 차게 하고 병사의 용기와 정신력을 떨어트린다고 기록한 것으로 보아 움츠러들게 만드는 작용도 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추워서 닭살 돋을 때의 심리처럼 말이다.

아, 자궁 수축으로 임산부는 유산의 위험이 있으니 주의!

dfd54e8287bfee77252132553df1df72_1655707528_06.jpg민트(박하)의 꽃. 너무 예쁜 보라색이다.

민트의 종류는 세상 참 많다. 사과향이 나는 애플민트, 오렌지향이 나는 오렌지민트, 레몬민트, 파인애플민트, 바나나민트, 딸기민트, 초콜릿민트, 베르가못민트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개발된 품종인 코리아민트도 있다. 각기 향이나 생김새에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외관상으로 가장 두드러지는 차이는 잎의 야들야들함인 것 같다. 애플민트, 스피아민트 계열은 무광에 보들하고 얇아 봄날의 갓돋은 여린 잎 느낌이라면 페퍼민트 쪽은 한여름 뙤약볕 아래를 견디는 두껍고 매끈한 유광 이파리 느낌. 양재 꽃시장에 가면 한꺼번에 볼 수 있을까.

참고로 민트의 꽃말은 “순진한 마음”.

박하의 꽃말은 “다시 사랑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