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광염에 걸린 사람들은 소변에 핏기가 비칠 때에서야 아차! 한다. 혹은 화장실에서 나온 지 5분도 안 되어서 다시 화장실을 가야할 것만 같은 빈뇨감을 느끼고나서야. 나 역시 방광이 아주 소양강댐인 줄 알고 몹시 자만했더랬다. 아침 출근 후 오후 3시가 다 되어서야 회사에서 첫 화장실을 가는데 어떻게 방광염이 안 걸리고 배기겠나.
방광염은 한번 걸렸을 때 방치하거나 오래 두면 재발이 잦다. 그래서 처음 증상을 알아챘을 때 비뇨기과, 산부인과, 여성의원 등을 방문해서 항생제 주사와 처방전 약을 복용해야 한다. 귀찮다고 약국 약으로 해결하려다가는 방광염은 내 친구! 관짝까지 평생 같이 가는 수가 있다.
*내과 등을 방문해도 검사와 처방은 되지만 비뇨계열과 사용하는 약이 다를 수 있다고 함
*개인적으로 약국 약은 증상을 없애고 치료한다기 보다는 증상을 완화해서 ‘느리게 진행’시킨다는 느낌을 받았음
이제 너무 자주 걸리니까 친구가 그랬다. 너 방광염 맛집이냐.
방광염에 걸렸다고 인스타그램에 올렸더니 주변에서 디엠도 많이 왔다. 크랜베리를 먹어라, 크랜베리 주스도 마셔라, 크랜베리 말린 거 보낸다, 유산균 선물로 보냈다, 옥수수 수염 먹어라…. 놀랐던 건 방광염을 성병이라고 보는 관점이었다. 방광염에 걸릴 수 있는 여러 요인 중 하나일 순 있겠지만 어디 방광에 세균이 들어가는 방법이 그거 하나겠는가.
크랜베리 추천이 많아 유명 크랜베리 주스를 대량주문하고 옥수수 수염차를 끓였다. 혈뇨를 심하게 봤던지라 겁먹은 마음에 평소에 예방을 해야겠다는 건강한 생각이 퍼뜩 든 것이다. 그런데 크랜베리를 그렇게 주문하고 나니 크랜베리 부작용이 슬슬 보였다. 배탈, 설사, 울렁거림…. 많이 먹고 빨리 나으려는 마음들은 다 같은지 방광염 때문에 크랜베리를 먹고 부작용을 겪은 후기가 많았다. ...나 크랜베리 주스 8L 샀는데….
착잡한 마음으로 부작용 후기를 뒤져보던 그때. 크랜베리와 비슷하게 생긴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산수유 마을의 3,4월 풍경. 잎보다 먼저 피는 산수유 꽃
최근 힐링 여행지로 떠올랐던 전남 구례군 산동면. 그리고 경기도 이천시 백사면에는 봄이면 노란 꽃이 피어 꽃축제를 여는 산수유 마을이 있다. 산수유의 꽃은 잎보다 먼저 피기에 멀리서 보면 은행나무 같기도 하다. 열매 역시 다른 나무에 비해 한발 앞서 빠르게 열린다. 새빨갛고 통통한 게 먹음직스러워 보인다고 생으로 맛봤다간 후회할 수 있다. 단맛은 쥐똥만큼이고 떫고 신맛이 대부분이기 때문.
얼핏 산수유 열매는 구기자 열매와 비슷하기도 하다. 사실 보통 일반 사람들 눈에는 산수유, 구기자, 크랜베리가 다 엇비슷하게 보일 수도 있다. 원물이 가진 특성이나 효과도 다르겠지만 맛도 소폭 다르다. 공통점이라면 생긴 것만큼 좋은 맛은 아니라는 점. 시중에 파는 100% 크랜베리 주스도 마냥 맛으로 먹기에는 썩 좋지 않다. 산수유도 마찬가지. 생즙이나 주스보다는 꿀에 재운 산수유청이나 술에 담가 차나 술로 쉽게 접할 수 있다. 별미로 산수유 가루로 만든 떡이나 한과, 묵무침로도 먹을 수 있지만 일상에선 숙취해소제나 막걸리로 많이 볼 수 있다. 술과 숙취해소제에서 자주 보인다는 건 여러모로 정력에 좋다는 의미!
색이 예쁜 산수유 술빵과 산수유 막걸리 (*사진 출처_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