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을 대표하는 꽃, 카네이션.
카네이션은 석죽목 석죽과에 속하는 식물로, 석죽은 쉽게 말해 '패랭이꽃'이다. 카네이션과 패랭이꽃의 생김새는 현저히 다르지만 톱니 같은 꽃잎이라든가 얄쌍한 이파리 등 같은 ‘패랭이꽃속’ 답게 비슷하게 생겼다. 하지만 같은 속이라도 하위 분류로 나누다보면 수없이 다양해진다. 서양에서는 카네이션, 동양에서는 패랭이꽃으로 불리는 이유이다.
패랭이꽃과 카네이션의 분류체계 (아래부터 위로 종-속-과-목 순서)
어버이날에 카네이션을 드리는 문화는 어떻게 시작된 걸까? 어버이날 카네이션의 시초는 이렇다. 19세기 자비스라는 미국 여성이 남북전쟁으로 자식을 잃은 어머니들을 위로하기 위해 '어머니들의 우정의 날'을 만들었는데, 자비스 사망 후 그녀의 딸 안나가 어머니를 기리고자 '어머니를 기억하는 모임'을 만들었다. 그 모임이 또 미국 전역으로 퍼지면서 루즈벨트 대통령이 어머니날을 공휴일로 지정하게 된 것. 자비스가 생전 좋아하던 꽃이 카네이션이었고, 안나가 흰 카네이션 브로치를 달고 매년 어머니 추도식에 참여하면서 어버이날 카네이션을 드리는 문화가 시작되었다고.
어버이날 카네이션을 드리는 문화는 이처럼 서양에서 먼저 생겨났지만 신기하게도 동양에서는 패랭이꽃의 효능에서 어머니를 찾아볼 수 있다. 패랭이꽃은 약재로도 쓰이는데 산후 질병, 유산, 모유 등과 관련된 질병에서 주로 처방되어 왔기 때문이다.
동의보감에도 여러 처방에 나오며 ‘석죽’ , ‘구맥’ 혹은 ‘구맥수’로 불린다. 줄기 대가 대나무 줄기와 비슷하다고 해서 석죽, 씨가 보리처럼 생겼다고 해서 구맥이라고.
패랭이꽃(구맥).
- 혈뇨, 방광염, 방광결석 등에 도움을 줌
- 소변을 잘 나오게 하거나 아프게 찔끔 나오는 것을 낫게 함
- 혈이 잘 돌게 하며 궂은 피를 나오게 함
- 월경을 원활하게 도와 월경 장애를 치료하는 데 효과
- 출산 후 산모의 젖이 잘 나오게 함
- 임산부는 유산의 위험이 있으니 절대 주의.
위처럼 패랭이꽃은 여성, 산모, 어머니와 관련된 질병에서 약용으로 많이 쓰인다. 다만 월경과 혈을 잘 나오게 하는 만큼 임산부가 먹을 시, 유산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임신한 상태라면 섭취하지 않아야 한다.
약재로서 패랭이꽃은 냄새나 향은 약하지만 맛은 쓰고 차가운 성질을 가졌다. 서양에서는 샐러드에 뿌려먹기도 하며, 동양에서는 술을 담가 먹기도 한다. 어디 식용으로만 쓰일까. 동서양을 아울러 문화와 역사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조선의 위대한 어머니의 상징, 신사임당의 그림에서도 패랭이꽃을 볼 수 있다.
신사임당, 초충도 중 양귀비와 패랭이꽃 / 국립중앙박물관
서양에서는 여러모로 기념화로서 직위가 많다. 우리나라처럼 어버이날의 기념화이기도 하지만 사회주의, 노동운동을 상징하기도. 일명 리스본의 봄으로 불리는, '카네이션 혁명'이라는 역사적 사실도 있다.
(*리스본의 봄: 독재정치와 식민지 전쟁 종식을 위해 청년 장교들이 주도한 쿠데타. 포르투갈에서 1974년 4월25일 발발했으며, 시민들이 혁명군에게 카네이션을 달아 지지의 뜻을 함께 했기에 카네이션 혁명으로 불린다. 이후 포르투갈은 독재 정권이 종식되고 해외 식민지에 대한 권리를 포기했다.)
1974년 4월 25일. 포르투갈 카네이션 혁명
다양한 색의 카네이션이 있는 만큼 의미도 다양하다. 연분홍 카네이션은 살아계신 어머니께, 흰색 카네이션은 돌아가신 어머니께, 사회주의나 노동운동의 상징으로서는 붉은 카네이션, 보라색 카네이션은 불행과 불운, 조의를 표하는 용도라고. 보라색을 좋아하더라도 보라색 카네이션은 조금 조심해서 전해야겠다.
카네이션의 꽃말엔 '사랑, 모정'이 있고, 패랭이꽃의 꽃말엔 '효심'이 있다.
머니머니해도 현금이 제일이고 카네이션은 식상해졌다지만, 그 본질과 상징은 영원할 것이다.
이번 어버이날에는 소담한 패랭이꽃 다발을 드리는 건 어떨까?